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클라이밍센터 운영 이야기 #5 사람과 사람

본문

클라이밍센터를 운영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두 말 할 것 없이 회원이다. 그리고 매월 회비를 지불하는 회원 너머의 '사람'이다. 모든 장사가 그렇듯이, '이문'을 넘어 '사람'을 남기는 것이 최종 목적지가 아닐까 생각한다. 

 

폐업을 하고 나서 1년 동안은 사업을 더 영위하지 못했다는 실패감, 상실감이 컸다. 그리고 더 시간이 지나서는 같이 해줬던 회원들 사람이 그리워졌다. 기억에 남는 회원도 있고, 정말 바쁜 시기에 한 두 달 다녔던 분들에게는 죄송하지만 정말 머릿속에 없기도 하다. 그럼에도 당시에 세종지오클라이밍센터를 찾아오셨던 모든 분들에게 이 자리를 빌려서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클라이밍은 혼자 하는 운동이면서 절대 혼자 할 수 없는 종목이다. 단순히 스포츠일 때는 혼자서도 충분이 즐기고, 트레이닝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클라이밍은 항상 아웃도어를 지향한다. 그 아웃도어는 가볍게 '야외'를 의미하지 않으며, 대자연 속의 예기치 못한 위험까지 내포하기 마련이다. 그 리스크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동료'가 필요하다. 

클라이밍센터는 그 '동료'를 만날 수 있는 장이 되어야 한다. 그것은 지역 사회를 기반으로, 하나의 취미라는 카테고리로 묶이는 커뮤니티의 형성이다. 물론, 사설 클라이밍센터는 '회비'라는 것을 통해 최초로 묶이지만 그것을 초월하여 하나의 고리가 형성된다. 센터장의 몫이면서도 아이러니하게도 억지로 형성시키고자 하면 역효과가 나기 때문에 회원간의 유대는 사실, 그저 물 흐르는 대로 하는 것이 편하다. 센터장도 자기 역할을 하면서 하고 싶은 대로, 자기 성질대로 운영하는 것이 답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우리 암장에는 다른 암장보다 초등생 회원이 많았다. 초등생 회원은 고정 수입을 유지시켜주면서도 나에게는 고정 스트레스 지수를 주기도 하였다. 오픈 초기에는 잘 몰라서 초등 1학년도 받았었는데, 몇 달 운영해본 결과 최소 초3 이상부터 받았다. 이유는, 초등 1, 2학년은 아직 키가 작은 친구들이 있어서 그 이상 초등생들과 공통적으로 교육이 어렵다. 또한, 아직 언어이해력이 부족하여 이 친구들과 거의 1:1로 봐줘야 한다. 1:1로 봐주는 것이 불가능하진 않지만, 1:1 강습요금을 지불할 학부모는 거의 없을 것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1, 2학년은 받지 않는 것이 맞다. 그럼에도 간혹 두곽을 보이는 1, 2학년 친구도 없지는 않다. 하지만 사업자 관점에서 본다면 재능있는 한 두 친구를 놓친다고 하여 후회는 없다. 또한, 재능이 있는 3학년 이상의 친구는 더 많다. 센터장인 본인이 사업자의 길을 갈지, 리더의 길을 갈지는 본인의 몫이다.

 

초등생 회원은 오후 6시가 되면 모두 집으로 돌려 보냈다. 차량 운행은 하지 않았기 때문에, 대부분 근처 아파트 단지에 사는 학생들이거나 가끔 먼 곳에서 오는 친구들은 학부모들이 직접 픽업을 해야 했다. 세종시에서는 학생 어머니들이 아이들 학원을 직접 픽업 시키는 학부모들도 꽤 있었다. 신도시 특성상 직장이 다양하지 않으며, 그 수도 한정적이기 때문에 맞벌이 공무원이 아니라면 대부분은 전업주부 학부모가 많았다. 

 

성인 회원들은 절반은 청사 공무원이었다. (재미있는 사실은 지방 공무원의 회원은 거의 없었다.) 그리고 남은 절반의 절반은 정부 기관과 관여하는 사업을 영위하는 회사의 직원들, 그리고 그 외는 세종시 출범 이전부터의 지역민, 개인사업자 등이었다. 심심치 않게는 학교 원어민 교사, 학원 원어민 강사들도 있었다. 서울 지역만큼 클라이밍, 등반, 등산에 열정적인 회원은 많지 않았지만, 그래도 클라이밍이라는 것에 흥미가 있어서 우리 센터를 통해서 처음 클라이밍을 접한 회원이 80% 이상이었고, 그 외에는 다른 지역에서 클라이밍을 이미 해오고 있던 분들이었다. 

 

어느 암장이든 세월이 지나면 그 암장의 터줏대감이 생기고, 뉴비들의 진입이 어려워서 금방 나가버리는 고질적인 암장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하지만 신도시에 오픈한 우리 암장에서는 그런 문제는 거의 없었고, 암장 고인물이 생길 정도의 연차에 폐업을 해버렸으니 그런 문제는 전연 없었다고 할 수도 있겠다.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