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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SINESS/세종지오클라이밍센터 창업부터 폐업까지

세종지오클라이밍센터 폐업 이야기 #1

by 구야지 2023. 8. 29.

🧗‍♂️ 클라이밍센터 운영기 마지막 이야기 –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클라이밍이 재미있다. 너무 재미있다.
그래서, 클라이밍을 업으로 삼고 살 수만 있다면 매일매일이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실제로 그랬다.
클라이밍센터를 운영했던 시간은,
내 삶에서 가장 즐겁고도 행복했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행복의 추구와 현실의 삶 사이의 괴리는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벌어졌다.
오늘은,
그 행복했던 시간의 끝,
폐업 이야기를 하려 한다.


🌃 가장 아프고도 가장 빛났던 밤들

운영 2년차가 되던 어느 시점,
세종시의 3생활권이 입주를 시작하며 상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어느 상가는 100만 원을 낮춰 재계약했다는 얘기도 들려왔다.
하지만 내 상가의 임대인은 최대 인상률 9%를 적용하겠다고 했다.
상권은 흔들리는데, 임대료는 더 오른다.


🎨 낮에는 디자인, 밤에는 지도

매출을 유지하기 위해
늘 홍보에 신경을 썼다.
비즈하우스를 이용해 포스터와 배너를 직접 디자인했다.
낮에는 한가한 시간을 활용해 사무 업무를 보고,
오후부터는 초등부 강습 → 성인부 운영으로
잠자는 시간 외엔 온종일 일만 했다.

1년이 지나자
비염과 축농증이 생겼고,
폐업 후에도 낫지 않아
결국 부비동염 수술까지 받았다.

몸이 무너지기 시작했던 시점,
마음도 따라 무너지고 있었다.

 

줄어드는 매출을 어떻게든 회복시켜보겠다는 의지가 담긴 자체 제작 홍보 포스터




💭 꿈과 상처, 그 모두를 품었던 공간

센터를 운영하는 동안
나는 많은 꿈을 꾸었고,
또 그만큼 많은 상처를 받았다.

첫사랑의 아픔이 10이라면,
첫 사업의 아픔은 100 이상
이라고 말하고 싶다.


🧠 전략적 폐업, 그리고 ‘잘한 결정’이라고 말할 수 있는 이유

처음엔 세종시 센터를 정리하고
인근의 공주시로 이전할까 고민했다.
임대료도 저렴하고, 나도 조금 쉬고 싶었다.

하지만 생각 끝에 결심했다.
클라이밍센터라는 시설업은
결국 밑 빠진 독에 물붓기라는 판단이 들었다.
그래서,
전략적 폐업을 선택했다.

지금 돌이켜봐도,
나는 정말 잘했다.

  • 1인 운영으로 유효회원 70명 이상 유지
  • 여름 성수기엔 100명 이상 달성
  • 당시 세종시 인구는 겨우 25만
  • 대형센터 하나 없는 시절, 진심으로 만든 공간

그건, 내가 해낸 일이다.


🏞 전설 같은 풍경, 그 시절의 흔적

앨범을 뒤지다
문득 발견한 한 장의 사진.
세종지오클라이밍센터의 전경이었다.

누군가는 지금도
“세종시에 클라이밍센터가 있었대”
하고 이야기할지도 모르겠다.

그 이야기가
전설의 고향 같은 소문이 아니라
실제로 존재했던 나의 현실이었음을
이 사진 한 장으로 다시 증명하고 싶다.


🫂 고마웠던 모든 사람들에게

센터를 운영하며 만난 모든 회원들,
매일 청소한 암장,
한 달에 한 번 세척했던 홀드,
함께 볼더링 파티를 만들었던 친구들,
매일 저녁 찾아와 조용히 벽에 오르던 사람들...

당신들이 있었기에,
그 시간은 빛날 수 있었다.


✍️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그 시절의 나는
힘들었지만 즐거웠고,
지쳤지만 열정이 있었다.

그 밤들이 짧아서 다행이었고,
그 밤들이 찬란해서 아쉽다.

지금은 그 밤들과 작별을 고한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너희는 내 안에서
아직도 환하게 빛나고 있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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