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알프스 3천 미터 능선 위를 걷다
다테야마 트레킹 가이드 후기 (2023년 9월 27일~10월 1일, 4박 5일)
2024년 가을, 나는 일본 알프스의 대표적인 산군인 다테야마(立山)를 중심으로 한 4박 5일간의 트레킹 일정을 다녀왔다. 이번 여행은 트레킹 전문 여행사 혜초여행이 운영하는 일본 트레킹 상품 중 하나로, 비교적 무리 없는 난이도 속에서 3,000미터급 능선을 여유롭게 즐길 수 있는 구성이 인상적이었다.
다테야마 일대는 **알펜루트(Alpen Route)**라 불리는 교통편을 활용해 접근이 용이하며, 이중 다테야마-비죠타이라 구간의 케이블카와 비죠타이라-무로도 구간의 고원버스를 이용해 산의 중심부로 진입할 수 있다.

1. 출발과 첫날의 풍경 – 빗속의 라이쵸산장
- 첫날, 우리는 다테야마의 라이쵸산장(雷鳥荘)에 도착했다.
- 이곳은 무로도고원에서 도보로 20여 분 정도 떨어진 고지대 산장으로, 알프스 트레킹의 베이스캠프 역할을 한다.
- 도착한 날은 잔잔한 빗소리와 짙은 안개로 인해 시야가 거의 없었지만, 그 덕에 오히려 산장의 따뜻함이 더욱 크게 와닿았다.

2. 저녁 식사 – 소박하지만 정성 가득한 산장 가이세키
- 라이쵸산장의 저녁 식사는 간소화된 가이세키(懐石) 형태였다.
- 신선한 산채 요리, 구운 생선, 된장국, 밥 등 기본 구성은 심플했지만, 해발 2,400m에 위치한 산장에서 먹는 따뜻한 식사는 몸과 마음을 모두 녹여주었다.

3. 본격적인 트레킹 – 쾌청한 하늘 아래의 다테야마 능선
- 다행히 다음 날 아침, 밤새 내린 비가 그치고 맑은 하늘이 펼쳐졌다.
- 트레킹은 무로도고원에서 출발해 **혈의 연못(血の池, Chi-no-ike)**을 지나, 이치노코시 산장을 거쳐 **다테야마 최고봉 중 하나인 오야마(雄山, 3,003m)**까지 이어졌다.

4. 이치노코시를 지나며 – 산 아래의 풍경
- 이치노코시(一ノ越)를 향해 오르던 중 뒤를 돌아보면 도야마 앞바다까지 보였다.
- 마치 바다와 하늘, 구름과 능선이 모두 맞닿아 있는 듯한 경관은 사진으로 다 담을 수 없을 정도로 장엄했다.





5. 오야마 정상 – 3,003m에서의 감동
- 드디어 다테야마의 대표 봉우리인 오야마(雄山, 3,003m) 정상에 올랐다.
- 사실 다테야마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는 옆에 있는 **오난지야마(大汝山, 3,015m)**이지만, 오야마에는 작은 신사가 있어 참배객과 등산객의 중심지 역할을 한다.
- 이날은 시야가 아주 맑아, 북알프스의 야리가다케, 호다카다케, 남알프스의 기타다케, 중앙알프스의 코마가다케, 심지어는 멀리 후지산까지도 보일 정도였다.
🗻 올해 내가 모두 다녀온 산들이 한눈에 들어오는 감동의 순간!





6. 츠루기다케(剱岳, 2,999m)를 바라보며 – 언젠가 오르고 싶은 산
- 트레킹 도중, 멀리 보이는 츠루기다케는 그 위용만으로도 숨을 멎게 만들었다.
- 높이는 2,999m로 3천 미터에는 1미터가 모자라지만, 일본에서 가장 험준한 산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 언젠가 저 산도 꼭 오르고 싶다.





7. 미쿠리가이케와 라이쵸캠핑장 – 마지막 하산길의 여운
- 하산길에 바라본 **미쿠리가이케(みくりが池)**는 마치 하늘을 담은 거울처럼 빛났다.
- 캠핑장에는 텐트를 치고 하룻밤을 보내는 이들도 있었고, 나는 그 풍경이 한없이 부러웠다.







8. 다테야마의 가을 – 사람의 발길이 멈추는 계절
- 오야마 정상에서 10월 중순이면 다테야마는 이미 겨울 준비에 들어간다는 현지 가이드의 설명을 들었다.
- 바람, 눈, 고요함만이 지배하는 세계로 바뀌는 계절.
- 그 이전에, 짧고 찬란한 가을의 순간을 누릴 수 있었던 우리는 행운이었다.


💬 맺으며
다테야마 트레킹은 단순한 등산이 아니었다.
대자연 속에서 나를 바라보는 시간, 그리고 산을 오르며 만나는 나의 과거와 미래가 겹치는 경험이었다.
올해 내가 다녀온 모든 봉우리가 한눈에 보이는 그 순간의 전율은 잊을 수 없다.
그리고, 언젠가 꼭 츠루기다케에 오를 수 있기를.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