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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가이드의 일과 삶/해외 트레킹

일본 다테야마 트레킹

by 구야지 2023. 10. 5.

다테야마 알펜루트. 다테야마 역->비죠타이라 역 이동 간 케이블카

일본 알프스 3천 미터 능선 위를 걷다

다테야마 트레킹 가이드 후기 (2023년 9월 27일~10월 1일, 4박 5일)

2024년 가을, 나는 일본 알프스의 대표적인 산군인 다테야마(立山)를 중심으로 한 4박 5일간의 트레킹 일정을 다녀왔다. 이번 여행은 트레킹 전문 여행사 혜초여행이 운영하는 일본 트레킹 상품 중 하나로, 비교적 무리 없는 난이도 속에서 3,000미터급 능선을 여유롭게 즐길 수 있는 구성이 인상적이었다.

다테야마 일대는 **알펜루트(Alpen Route)**라 불리는 교통편을 활용해 접근이 용이하며, 이중 다테야마-비죠타이라 구간의 케이블카와 비죠타이라-무로도 구간의 고원버스를 이용해 산의 중심부로 진입할 수 있다.

라이쵸산장의 카페 – 창밖은 온통 흰 안개뿐

 

1. 출발과 첫날의 풍경 – 빗속의 라이쵸산장

  • 첫날, 우리는 다테야마의 라이쵸산장(雷鳥荘)에 도착했다.
  • 이곳은 무로도고원에서 도보로 20여 분 정도 떨어진 고지대 산장으로, 알프스 트레킹의 베이스캠프 역할을 한다.
  • 도착한 날은 잔잔한 빗소리와 짙은 안개로 인해 시야가 거의 없었지만, 그 덕에 오히려 산장의 따뜻함이 더욱 크게 와닿았다.

 

산장의 저녁 – 한 접시 한 접시 정성이 느껴졌다.

2. 저녁 식사 – 소박하지만 정성 가득한 산장 가이세키

  • 라이쵸산장의 저녁 식사는 간소화된 가이세키(懐石) 형태였다.
  • 신선한 산채 요리, 구운 생선, 된장국, 밥 등 기본 구성은 심플했지만, 해발 2,400m에 위치한 산장에서 먹는 따뜻한 식사는 몸과 마음을 모두 녹여주었다.

 

3. 본격적인 트레킹 – 쾌청한 하늘 아래의 다테야마 능선

  • 다행히 다음 날 아침, 밤새 내린 비가 그치고 맑은 하늘이 펼쳐졌다.
  • 트레킹은 무로도고원에서 출발해 **혈의 연못(血の池, Chi-no-ike)**을 지나, 이치노코시 산장을 거쳐 **다테야마 최고봉 중 하나인 오야마(雄山, 3,003m)**까지 이어졌다.

혈의 연못 – 철 성분으로 인해 붉은 빛이 감도는 신비한 연못

 

4. 이치노코시를 지나며 – 산 아래의 풍경

  • 이치노코시(一ノ越)를 향해 오르던 중 뒤를 돌아보면 도야마 앞바다까지 보였다.
  • 마치 바다와 하늘, 구름과 능선이 모두 맞닿아 있는 듯한 경관은 사진으로 다 담을 수 없을 정도로 장엄했다.

血の池(피의 연못)과 걸어야 할 산 능선.
이치노코시를 향하여 오르는 길 중간에 뒤돌아 본 풍경.
도야마만 방향으로 펼쳐지는 대자연의 조망
이 날은 날이 매우 맑았습니다. 북알프스의 미봉 중 하나이 야리가다케槍が岳(3180m)가 보입니다. 안개가 끼면 2m 앞도 안 보이기도 하는데 날이 좋으면 모든 게 다 보입니다.
야마나사와 시즈오카에 있는 야츠가다케의 텐구다케, 후지산 정상 켄가미네, 남알프스 정상 키타다케까지 보입니다.

5. 오야마 정상 – 3,003m에서의 감동

  • 드디어 다테야마의 대표 봉우리인 오야마(雄山, 3,003m) 정상에 올랐다.
  • 사실 다테야마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는 옆에 있는 **오난지야마(大汝山, 3,015m)**이지만, 오야마에는 작은 신사가 있어 참배객과 등산객의 중심지 역할을 한다.
  • 이날은 시야가 아주 맑아, 북알프스의 야리가다케, 호다카다케, 남알프스의 기타다케, 중앙알프스의 코마가다케, 심지어는 멀리 후지산까지도 보일 정도였다.

🗻 올해 내가 모두 다녀온 산들이 한눈에 들어오는 감동의 순간!

오야마 정상에 올랐습니다. 다테야마는 이제 사람의 발길을 닿을 수 없는 겨울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이곳의 겨울은 10월 중순부터입니다.

 

오야마 정상 3003m입니다. 사실 다테야마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는 그 옆에 오난지야마 3013m입니다.
오야마 정상에 오르니 왼쪽부터 야츠가다케의 텐구다케, 남알프스의 기타다케, 중앙알프스의 코마가다케, 북알프스의 호다카다케가 모두 보입니다. 올해에 모두 제가 다녀온 곳들이기 때문에 더욱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멀리 츠루기다케(2999m)가 보입니다. 언젠간 저 산을 오르고자 합니다.

 

6. 츠루기다케(剱岳, 2,999m)를 바라보며 – 언젠가 오르고 싶은 산

  • 트레킹 도중, 멀리 보이는 츠루기다케는 그 위용만으로도 숨을 멎게 만들었다.
  • 높이는 2,999m로 3천 미터에는 1미터가 모자라지만, 일본에서 가장 험준한 산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 언젠가 저 산도 꼭 오르고 싶다.

 

미쿠리가이케가 내려다보입니다.

 

고도를 낮추는 중. 츠루기다케의 정수리만 살짝 보입니다.
일본 산의 매력은 수목한계선을 넘어선, 시원시원한 조망의 능선 걷기라고 생각합니다.
위용의 츠루기다케입니다. 3천미터에서 1미터가 모자란 산이지만, 매우 험난한 산입니다.

 

7. 미쿠리가이케와 라이쵸캠핑장 – 마지막 하산길의 여운

  • 하산길에 바라본 **미쿠리가이케(みくりが池)**는 마치 하늘을 담은 거울처럼 빛났다.
  • 캠핑장에는 텐트를 치고 하룻밤을 보내는 이들도 있었고, 나는 그 풍경이 한없이 부러웠다.

 

라이쵸캠핑장입니다. 캠퍼들이 부럽습니다.
라이쵸캠핑장의 평화로운 풍경

 

8. 다테야마의 가을 – 사람의 발길이 멈추는 계절

  • 오야마 정상에서 10월 중순이면 다테야마는 이미 겨울 준비에 들어간다는 현지 가이드의 설명을 들었다.
  • 바람, 눈, 고요함만이 지배하는 세계로 바뀌는 계절.
  • 그 이전에, 짧고 찬란한 가을의 순간을 누릴 수 있었던 우리는 행운이었다.

 

 

💬 맺으며

다테야마 트레킹은 단순한 등산이 아니었다.
대자연 속에서 나를 바라보는 시간, 그리고 산을 오르며 만나는 나의 과거와 미래가 겹치는 경험이었다.
올해 내가 다녀온 모든 봉우리가 한눈에 보이는 그 순간의 전율은 잊을 수 없다.

그리고, 언젠가 꼭 츠루기다케에 오를 수 있기를.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