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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가이드의 일과 삶/일본 투어

교토 청수사, 천 년의 시간 위에 선 관음의 무대

by 구야지 2025. 3. 31.

교토 청수사, 천 년의 시간 위에 선 관음의 무대

이 포스팅은 『청수사_유홍준,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일본편3』을 읽고 정리한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경주에 가서 불국사를 안 보면 섭섭한 것처럼, 교토에 가서 청수사를 안 보면 아쉽다." 일본을 대표하는 고도 교토에서도 청수사는 반드시 봐야 할 사찰로 손꼽힙니다. 연간 1천만 명 이상이 찾는 이곳은, 단순한 관광 명소를 넘어, 일본인의 역사와 정신, 문화의 정수를 품고 있는 살아 있는 유산입니다.


🏯 교토의 상징, '청수의 무대'

청수사는 히가시야마의 중턱에 자리 잡고 있으며, '청수의 무대'라 불리는 본당 앞의 대형 누각은 139개의 기둥이 떠받치는 목조건축의 극치입니다. 무대에서 내려다보면 교토 시내가 바둑판처럼 펼쳐지고, 늦은 봄 저녁이면 보랏빛 아지랑이와 석양이 어우러져 황홀한 풍경을 만들어냅니다. 일본 소설가 오사라기 지로는 소설 『귀향』에서 이 풍경을 일본의 정서가 가장 잘 드러나는 장면이라 묘사합니다.


🛕 청수사의 창건자, 백제계 장군 사카노우에 다무라마로

청수사는 780년, 백제계 도래인 후손인 사카노우에 다무라마로 장군이 창건했습니다. 그는 훗날 일본 역사상 최초의 정이대장군(쇼군)이 되는 인물로, 젊은 시절, 히가시야마 산중에서 스님 '연진'(또는 현심)을 만나 이곳에 절을 세우기로 결심하게 됩니다.

청수사 창건 설화에 따르면, 현심은 꿈속에서 계시를 받고 남쪽으로 향하던 중 오토와산에서 맑은 샘물과 함께 폭포를 발견합니다. 그곳에서 '행여거사'를 만나고, 영험한 나무를 받아 관음보살상을 조각할 것을 권유받은 뒤 초암을 짓고 수행하던 중, 사카노우에와 만나 사찰 건립을 결심하게 되죠.


⚔️ 정벌 전의 기도, 청수사와 '쇼군'의 인연

사카노우에 장군은 797년 정이대장군으로 임명되어 에조족 정벌에 나서기 전, 798년 금색의 십일면천수관음상을 조성해 청수사에 봉안합니다. 이후 10만 대군을 이끌고 출정했으나, 전투 없이도 족장들이 항복을 선언하며 개선합니다. 그의 승전은 관음보살의 가호 덕이라 전해졌고, 청수사의 명성은 점점 높아져 왕실 원당 사찰로 승격되기에 이릅니다.


🔥 소실과 재건, 청수사의 긴 여정

청수사는 오닌의 난(1467) 등 수많은 전란 속에서 파괴와 재건을 반복했습니다. 현재의 모습은 도쿠가와 3대 쇼군 이에미츠가 1633년에 다시 지은 건물입니다. 본당에는 아직도 십일면천수관음상이 봉안되어 있으며, 이는 33년에 한 번만 공개되고, 다음 개방은 2035년으로 예정돼 있습니다.


🏛️ 청수사의 주요 건축물과 볼거리

청수사 경내에는 국보 및 중요문화재로 지정된 30개 이상의 건물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약 13만㎡에 달하는 부지에 조성된 이 절은, 고도 교토의 문화재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도 등재되어 있습니다.

  1. 인왕문(仁王門): 키요미즈데라의 정문. 1469년 화재로 소실되었고 1500년경 재건, 2003년 해체수리 완료 (중요문화재)
  2. 서문: 1633년 재건, 석양을 바라보는 아름다운 위치 (중요문화재)
  3. 종루: 에도시대 1607년 현재의 위치로 이축 (중요문화재)
  4. 삼중탑: 높이 약 30m로 일본 최대급, 1632년 재건 (중요문화재)
  5. 수구당: 1735년 건립, 기도처
  6. 경당: 1633년 창건, 2000년 해체수리 (중요문화재)
  7. 본당: 청수의 무대, 1633년 재건. 천수관음보살을 본존으로 모심 (국보)
  8. 아미타당: 1631년 재건, 아미타여래 불상을 봉안 (중요문화재)
  9. 오쿠노인: 오토와 폭포 위, 1633년 재건, 2017년 복원 완료 (중요문화재)
  10. 오토와 폭포: 절 이름의 유래이자 참배객들이 소원성취를 기원하는 장소
  11. 성취원: 소원을 비는 공간
  12. 천체석불군: 다양한 석불이 모여 있는 명소
  13. 자안탑: 1500년 재건, 천수관음을 모신 탑 (중요문화재)
  14. 대강당: 스님들이 모여 수행과 공부를 하던 장소

🪔 아테루이와 모레의 비석 – 1200년 만의 사과

청수사 경내에는 사카노우에 장군이 정벌 당시 데리고 온 에조족 족장 '아테루이'와 '모레'를 기리는 비석이 있습니다. 1994년, 헤이안천도 1200주년을 맞아 세워진 이 비석은 일본 역사 속에서 소외된 이들에게 보내는 뒤늦은 사과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 키요미즈자카, 산넨자카의 정취

청수사로 가는 길, 키요미즈자카 언덕길은 교토의 전통이 살아 숨 쉬는 거리입니다. 삼중탑과 인왕문을 지나면 차완자카, 산넨자카 등 예스러운 골목들이 이어지고, 이곳에는 일본의 장인정신을 보여주는 오래된 노포들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1970년대, 지역 주민들과 학자, 전문가들이 힘을 모아 '히가시야마 산책로 보전 모임'을 만들고 산넨자카 일대를 보전하면서 현재의 아름다운 골목길이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 청수사, 그 아름다움은 우연이 아니다

청수사는 단지 오래된 절이 아닙니다. 백제계 도래인의 신앙과 일본 불교의 전통, 그리고 현대 일본인들의 자발적 보전 노력이 더해진 복합적 유산입니다. 그 안에 담긴 이야기를 알고 나면, 무대 위에서 바라보는 교토의 풍경은 훨씬 더 깊고, 아름답게 다가올 것입니다.

다가오는 교토 여행에서, 청수사에 들러 이 천년의 무대를 직접 걸어보는 건 어떨까요? 당신의 여정이 더욱 깊어지고, 오랜 시간과 사람들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기억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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