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클라이밍센터 운영기 #5 – 사람을 남기고 싶었던 마음
클라이밍센터를 운영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두 말 할 것 없이 회원이다.
하지만 나는, “회비를 내는 회원” 너머에 있는 ‘사람’을 기억하고 싶다.
모든 장사가 그렇듯,
이문을 넘어서 ‘사람’을 남기는 것.
그게 어쩌면 진짜 목적지 아닐까 생각해본다.
🕳 폐업 이후, 남겨진 것은 상실감과 그리움
폐업 후 1년 동안은
사업을 지속하지 못했다는 실패감과 상실감이 컸다.
그리고 시간이 더 지나자,
함께해줬던 사람들이 그리워졌다.
기억에 남는 회원도 있고,
어떤 분은 안타깝게도 기억이 나지 않기도 한다.
하지만 그때 세종지오클라이밍센터를 찾아주셨던 모든 분들께
이 자리를 빌려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 혼자 하는 운동, 그러나 절대 혼자일 수 없는 클라이밍
클라이밍은 혼자 하는 운동이다.
하지만 절대로 혼자 할 수 없는 운동이기도 하다.
클라이밍은 결국 아웃도어를 지향한다.
그 아웃도어는 단순히 ‘야외’가 아니라,
대자연과 예측 불가한 리스크를 내포한다.
그래서, ‘동료’가 필요하다.
클라이밍센터는
그 동료를 만날 수 있는 **장(場)**이 되어야 한다.
공간을 기반으로, 취미라는 매개로 연결되는 커뮤니티.
그 시작은 회비지만, 결국 신뢰와 공감이라는 고리로 연결된다.
💡 억지로 묶지 않아야 생기는 유대
이 유대감은 억지로 만들 수 없다.
억지로 형성시키려 하면 역효과가 난다.
센터장도 자기 성격대로, 자기 스타일대로.
회원들도 물 흐르듯 섞이고 흘러가야 한다.
그게 결국 가장 자연스럽고 오래가는 관계다.
👶 초등생 회원, 고정 수입과 고정 스트레스
우리 암장에는 다른 곳보다 초등생 회원이 많았다.
고정 수입원이 되어주었지만, 동시에 고정 스트레스의 근원이기도 했다.
운영 초기에는 잘 몰라서 초1도 받았지만,
결론적으로는 초3 이상부터 받는 것이 맞았다.
키 차이, 언어 이해력, 수업 집중도...
1:1 케어가 필요한 연령이지만,
그만한 요금을 낼 학부모는 거의 없었다.
결국 사업자 관점에서 초1~2는 받지 않는 것이 옳았다.
그래도 가끔 두각을 나타내는 아이들이 있긴 했다.
하지만, 재능 있는 한두 명을 위해 전체 구조를 흔들 순 없었다.
센터장이 사업자로 살 것인지, 지도자로 살 것인지.
그건 결국 본인의 선택이다.
🕕 오후 6시면 집으로
초등생 회원은 오후 6시가 되면 모두 귀가시켰다.
차량 운행은 하지 않았고, 대부분은 근처 단지 거주자.
드물게 먼 곳에서 오는 아이들은 직접 픽업을 하는 학부모들이 많았다.
세종시 특성상 맞벌이 공무원을 제외하면 전업주부 학부모 비율이 높았다.
직업 구조도 비교적 단순했고, 지역적인 특색도 있었다.
🧑💼 성인 회원의 풍경
성인 회원은 절반이 정부청사 공무원이었다.
신기하게도 지방 공무원은 거의 없었다.
나머지는 정부 사업과 관련된 회사 직원,
지역민, 자영업자, 그리고 원어민 교사나 강사들도 종종 있었다.
대도시처럼 ‘클라이밍’에 열정적인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회원의 80% 이상은 처음으로 클라이밍을 시작한 사람들이었다.
우리 센터가 누군가의 첫 클라이밍 장소가 된 것.
그건 꽤 의미 있는 일이다.
🪨 고인물 없는 신도시의 클린 커뮤니티
대부분의 암장이 겪는 고질병.
터줏대감 생기고, 뉴비가 떠나버리는 구조.
그런 건 우리 센터엔 없었다.
신도시 특유의 초기 흐름,
그리고 폐업이 빨랐던 탓에
고인물이 생기기 전에 흐름이 끝나버렸다.
어쩌면, 그건 다행이었는지도 모르겠다.
✍️ 마무리하며
회원은 곧 사람이다.
그 사람이 센터의 공기를 만들고,
센터는 다시 그 사람에게 기억으로 남는다.
나는 이윤보다,
조금은 더 ‘사람을 남기고 싶었던’ 센터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