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해오고 싶었던 이야기가 있다. 지금도 이 이야기를 풀어도 좋을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시간이 더 지나면 기억이 나지 않아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잊게 될 것 같다. 그래서 이제야 쓴다.
2014년의 여름, 2개월 정도 다니던 회사를 퇴사하고 세종시에 실내 암장(클라이밍센터)를 창업하기로 결정했다. 그때 당시 세종시는 1, 2생활권 정도의 상권이 발달했으며 3생활권은 아직 입주 전에 있었다. 1생활권 중에서도 정부 청사 바로 옆인 도담동, 종촌동이 있었고, 학원가가 잘 형성된 곳은 아름동이었다.
클라이밍센터의 입지는 우선 학원과 PT샵이 많은 곳의 상권이 유리하다는 생각이었다. 전용면적 82평의 임대료는 부가세 제외하고 약 300만원. 아름동 소재의 종합상가의 총 3칸 25평+25평+32평으로 임대차를 계약했다. 3칸 중 25평의 1칸은 아버지가 매입하였다. 아버지의 원조로 나는 2칸의 임차료 230만원(부가세 별도)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었다.
캐드 같은 기술은 전혀 없었던 나는 상가 도면을 복사하여 손으로 직접 공사 계획도를 그렸다. 1안은 3칸이 모두 개방된 형태였다. 그러나 임대차 및 매매 계약서를 쓰고 나니 상가 분양 매니저가 대출 관련 때문에 임차 공간과 매입 공간의 각각 분리된 형태로 공사를 진행하여야 한다는 것을 알려줬다. 계약과 창업 계획을 무산 시킬 수 없었기 때문에 며칠에 고민 끝에 공간을 분리한 도면을 다시 그렸다.
아버지가 매입한 부분을 사무실로 이용하고, 그 외 52평을 클라이밍 공간으로 분리한 도면을 그렸다. 벽 중간은 터널처럼 하여 오버행 벽을 만들고 싶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었다.
문제가 하나 더 있었다. 신도시 소재의 상가였기 때문에 스프링클러가 벽 공사에 제한을 많이 주었다. 자바라 형태로 되어 있는 스프링클러를 돈을 주고 상향식으로 전부 교체하는 문제도 있었다. 또한, 스프링클러 때문에 벽을 설치할 수 없거나 클라이밍 운동을 할 때, 등반자가 추락 시 스프링클러에 부딪히지 않는 각도도 고민해야 했다.
클라이밍센터의 8할은 벽이다. 문학적 상징으로 벽은 "장애물"이다. 그러나 클라이밍에서 벽은 도전의 대상이다. 목수이면서 클라이머이기도 한 대구의 선배님에게 벽 공사를 의뢰했다. 암벽 공사 전문 기업보다 합리적인 금액으로 암벽장 공사 및 사무실 인테리어가 가능하였다.
등산잡지 기자 시절에 알게 된 암벽장비 생산 업체의 이사님으로부터 소개받은 분이었다.
그 분을 만나 그 동안 내가 그린 도면을 보여주면서 나의 생각을 말하였고, 그 분은 석고보드에 스윽스윽 그림을 그려서 보여주었다. 벽은 최대한 심플하게 만든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었다. 나는 요구사항이 매우 단순한 클라이언트였다.
가벽과 택스 천장을 뜯어내고 벽 공사가 시작됐다.
(다음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