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은 없지만, 가장 뜨거웠던 순간 – 세종지오클라이밍센터 창업기
이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맞을까?
글을 쓰기 전에는 망설였다. 하지만 더 시간이 지나면 기억이 흐릿해지고, 언젠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조차 잊을 것 같았다.
그래서 이제야, 8년 전의 기억을 더듬어 이 글을 쓴다.
🚪 2014년 여름, 클라이밍센터 창업을 결심하다
2개월 정도 다니던 회사를 퇴사하고, 세종시에 실내 암장을 창업하기로 했다.
그 당시 세종시는 1·2생활권만 상권이 형성되어 있었고, 아름동은 학원가와 PT샵이 모여 있는 지역이었다.
클라이밍센터 입지로는 나쁘지 않았다.
전용면적 82평, 총 3칸 중 1칸은 아버지가 매입하고, 나머지 2칸은 임차.
임대료는 월 230만원(부가세 별도).
기술 하나 없는 나는 복사한 상가 도면 위에 손으로 도면을 그리며 공사를 준비했다.
하지만 현실은 쉽지 않았다. 계약 이후, 상가 매니저가 임차 공간과 매입 공간을 반드시 분리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려주었고, 도면을 다시 그려야 했다.
게다가 스프링클러 설치 기준 때문에 벽체 각도와 높이, 안전 거리 등을 모두 재조정해야 했다.
세종지오클라이밍센터 창업 이야기 #1
계속 해오고 싶었던 이야기가 있다. 지금도 이 이야기를 풀어도 좋을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시간이 더 지나면 기억이 나지 않아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잊게 될 것 같다. 그래서 이제야 쓴다.
gooyaji.tistory.com
🔧 벽 공사, 그리고 또 다른 시작
클라이밍센터의 8할은 벽이다.
벽은 장애물이지만, 클라이밍에서는 도전의 대상이다.
암벽장비 업체의 소개로 만난 목수이자 클라이머인 선배님께 공사를 의뢰했다.
직접 도면을 보여드리며 설명하자, 그는 석고보드 위에 벽을 스윽스윽 그려주었다.
요란한 디자인보다, 사람들의 몸으로 해석할 수 있는 심플한 구조를 원했다.
합판 100장을 사용해 벽을 세웠다.
각 합판에 구멍을 뚫고 T너트를 박는 작업은 날일 인력을 썼는데, 이 때문에 오픈 후에도 너트 보수 작업이 잦았다.
세종지오클라이밍센터 창업 이야기 #2
상가임대차 계약서를 작성하고 나면 인테리어 공사를 시작할 수 있다. 물론 상가 물색과 동시에 암장 공사를 할 수 있는 목수 및 그 외 업자들을 섭외하는 일도 중요하다. 목공사의 시작은 합
gooyaji.tistory.com
🛁 샤워실 설비 – 모래와의 전쟁
벽 공사가 끝나고 도색도 마쳤다. 다음은 샤워 설비.
엑셀 파이프는 목공 시공팀이 서비스로 연결해줬지만,
정작 샤워 바닥을 만드는 작업은 나 혼자 해야 했다.
1톤 트럭에 실려온 모래는 상가 앞에 쏟아졌고,
나는 바께쓰와 끌차로 혼자 날랐다.
그날을 떠올리면 지금도 뒷골이 서늘해진다.
"샤워장은 조립식으로 할 걸..." 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세종지오클라이밍센터 창업 이야기 #3
암장 창업 준비의 첫 단계 벽 공사가 끝나면 할 것들이 더 많아진다. 모든 작업들은 전문업자에게 맡기면 편하겠지만 그걸 해주는 업자도 없을뿐더러 직접 해볼만도 하다. 암장의 시설 준비는
gooyaji.tistory.com
💡 설비, 간판, 스폰지 – 의욕과 현실의 충돌
전기공사는 감성 따라 레일등으로 설치했다.
지금 다시 한다면, 밝고 저렴한 LED등으로 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다시 하라고 해도, 안 한다.
세종시는 도시 미관 조례로 간판 크기를 1m로 제한했다.
종합상가 건물에 1m짜리 간판은 보이지도 않았다.
고탄성 스폰지는 50장을 주문했다.
30cm 두께, 1200×2400 사이즈.
이걸 또 혼자 날랐다.
종합상가는 자재 반입·반출이 어려워서, 창업을 고려하는 분이라면 절대 종합상가는 피하라고 말하고 싶다.
타포린 시공까지 끝나고, 이제 거의 끝났다고 생각했을 즈음…
🌊 침수 – 스프링클러의 역습
벽 안에서 물이 찰방찰방 소리를 냈다.
소방 설비 업체가 자바라 스프링클러를 철거하고는, 상향식 스프링클러를 달지 않고 벽을 막아버린 것이다.
나는 광주에서 온 매트 시공 전문가를 그대로 내려보내고,
업소용 청소기로 물을 퍼냈다.
정말...
"무슨 일이냐" 싶었다.
😅 다행히도
그 당시엔 상가에 공실이 많았다.
상가 관리소 직원의 배려로, 옆 공실에 스폰지를 세워 말릴 수 있었다.
며칠 지나자 물은 빠졌고, 다행히 스폰지는 살릴 수 있었다.
하하하하하.
8년 전 일인데도, 글을 쓰다 보니 빡이 친다.
하하하하하하하하.
세종지오클라이밍센터 창업 이야기 #4
암장 창업을 결정했다면 해야할 것들이 많다. 많은 할 것들은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나의 경우엔 시설 설비 과정에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다. 그 중에서 몇 가지는 골치 아픈 것들도 있었다. 목
gooyaji.tistory.com
🔧 암장 구조와 의미, 그리고 이름
층고는 3.5m, 매트를 깔면 3.2m 정도.
요즘은 더 높은 암장도 많지만, 동네 암장은 너무 높지 않아야 한다.
과감한 무브보다, 안전하게 즐길 수 있는 구조가 더 중요하다.
세종지오클라이밍센터의 ‘지오(GO)’는 아들의 이름에서 따왔다.
‘가고 싶은 대로 가라’는 의미도 있고, 클라이밍의 정신과도 맞닿아 있다고 생각했다.
초기에는 앰프도 없었다.
집에서 쓰던 스피커와 공기계 폰으로 음악을 틀었고,
앰프는 1년 넘게 지나서야 구입했다.
데스크 뒤에는 기자 시절 찍은 사진들을 붙여두었다.
산이 그리웠고,
그때가 인생에서 가장 열심히, 가장 즐겁고, 가장 힘들었던 시기였다.
세종지오클라이밍센터 창업 이야기 #5
세종지오클라이밍센터는 2015년 10월에 오픈하였고, 2017년 11월에 폐업하였다. 지금 이 글은 폐업 후 6년의 세월이 흐르고 나서야 비로소 쓰고 있는 글이다. 세종시의 클라이밍센터를 찾아 흘러 들
gooyaji.tistory.com
🔜 다음 이야기 예고
지금까지는 창업 준비와 오픈까지의 이야기였다.
다음 이야기부터는
운영기의 본격적인 시작.
- 첫 손님 이야기
- 회원 모집 방법
- 운영 중 마주한 기억들
- 그리고 폐업까지
그 모든 이야기를, 이제 하나씩 꺼내 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