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종지오클라이밍센터 창업기 – 오픈 전후의 그 날들
세종지오클라이밍센터는 2015년 10월, 세종시 아름동에서 문을 열었다.
그리고 2017년 11월, 약 2년 만에 폐업했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시점은 폐업 후 6년이 지난 지금.
혹시라도 이 글을 보고 ‘세종에 클라이밍장이 있나?’ 싶어 찾아오신 분이 있다면,
죄송하지만, 세종지오클라이밍센터는 이제 존재하지 않는다.
다행히 지금은 세종시에도 새로운 암장들이 생긴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이 블로그에 나온 ‘지오클라이밍센터’는 과거의 이야기임을 미리 전한다.
🧱 오픈을 앞두고, 준비가 쌓여갔다
센터가 오픈되기 직전, 홀드와 각종 자재들은 이미 준비된 상태였다.
전기 온수보일러를 설치하기 전, 미리 사둔 홀드들을 사무실 한 켠에 쌓아두었다.
벽에는 아직 아무것도 달려 있지 않았지만,
레일등과 타포린 매트가 깔리고 나니
비로소 이 공간이 클라이밍센터다워지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처음 받은 샘플 홀드 하나를 벽에 박아보았다.
아무 것도 없던 공간이,
점차 ‘움직일 수 있는 공간’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보며
기대와 긴장이 함께 몰려왔다.
벽에는 아직 홀드가 안 붙어있지만, 레일등과 타포린을 설치해놓고 보니 제법 암장 같아졌다. 벽 한 곳에 샘플로 받은 홀드가 하나 박혀 있다.
🪟 유리복도 초보자 벽 – 지금이라면 바꾸고 싶은 구성
클라이밍 입문자들을 위해,
상가 복도 쪽 유리 앞 공간에 초보자 벽을 구성했다.
조금이라도 외부에서 보이는 암장의 ‘활기’를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지금이라면,
그 유리벽을 모두 막고 ㄷ자형 벽을 만들었을 것 같다.
복도에 노출되는 구조는 집중도와 몰입감을 떨어뜨렸고,
암장 특유의 ‘동굴 같은 밀도감’을 살리기 어렵게 만들었다.
🧱 암장의 구조와 높이 – 적당한 층고란?
우리 암장의 층고는 약 3.5m였다.
여기에 30cm 매트를 깔고 나면 실질적인 높이는 약 3.2m.
요즘은 4~5미터 높이의 실내 암장도 많지만,
나는 **동네 클라이밍장이라면 3.2~3.4m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높이가 높아질수록 무브가 과감해지고 추락 시 위험도 커지기 때문이다.
지역 기반 소규모 암장은 무리한 높이보다 안정적인 구성이 중요하다.
🎵 장비는 없지만, 마음은 있었다
개업 초기엔 앰프도 없었다.
그저 집에서 쓰던 PC용 스피커와 공기계 휴대폰을 연결해
음악을 틀어놓는 정도였다.
음악이 흐르던 그 소박한 공간,
지금 돌아보면 오히려 더 따뜻했다.
앰프는 7만 원짜리로,
스피커는 10만 원대 중고품으로
센터를 연 지 1년이 지나서야 구입했다.
그 전까지는, 예산이 턱없이 부족했다.
🧰 티너트 하자 – 예상 못 한 첫 골칫거리
암장 오픈 직후,
벽 공사를 맡아주신 선배님께서 한 가지 문제를 지적하셨다.
바로 티너트 하자 문제였다.
- 세팅 때 임팩 드릴로 과도한 힘이 가해지면
- 너트와 날개 부위가 분리되기도 하고
- 사용자들이 매달리며 하중이 반복되면 안에서 흔들림이 발생했다
몇 달 후, 티너트 생산업체로부터 일부 보상을 받았지만
홀드를 붙여놓은 벽에 대한 신뢰감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암장 운영자 입장에서는 아주 큰 스트레스였다.
🧗♀️ 벽 구조 – 지구력 벽과 ㄷ자형 볼더라인
초기 구성은
각도가 점점 세지는 지구력 벽과
ㄷ자형 볼더라인이었다.
볼더링보다는 완만하게 즐기는 루트 중심의 세팅이었다.
공간은 작았지만,
회원들이 **“생각보다 다양하다”**는 반응을 주었고
그 피드백에 힘입어 매번 세팅을 조정하고 새롭게 만들었다.
👶 '지오'라는 이름의 의미
‘지오클라이밍센터’의 **‘지오’**는
사실 내 아들의 이름이었다.
"GO – 가고 싶은 대로 가라."
아이에게 지어준 이 이름은
동시에 클라이밍이라는 스포츠의 정신과도 어울린다고 느꼈다.
그래서,
암장 이름을 지오로 정했다.
100일이 막 지났을 때의 아들 지오 모습.
🖼 데스크 뒤 풍경 – 산이 그리운 마음
센터의 데스크 뒤에는
내가 잡지 기자 시절에 찍은 사진들과
촬영에 함께했던 사진들을 인화해 붙여놓았다.
늘 ‘산’이 그리웠고,
특별한 재능은 없지만
그저 산을 좋아하고, 클라이밍이 좋아서
이 공간을 열게 됐다.
그리고,
그 시절이 내 인생에서 가장 열심히 살았던 시간이었다.
가장 재미있었고, 가장 힘들었고,
무엇보다 진심이었던 시간이었다.
📌 다음 편 예고
이제부터는,
본격적인 클라이밍센터 운영 이야기를 전해드릴 예정이다.
회원 이야기, 세팅, 파티, 그리고 폐업까지.
누군가에게는 현실이 되고,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될 수 있는 이야기.
계속해서 공유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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